본문 바로가기
퇴사일기

다시 일어서는 하루, 나를 위한 작은 시작

by 엉클 베어 2025. 3. 15.

3일 동안 나는 침대와 핸드폰이 하나가 되어버린 삶을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깅을 나가기커녕 다시 잠에 빠졌고, 약도, 아침도 거른 채 그저 잠만 자는 날들이었다.
눈을 떠도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방은 배달음식 용기와 설거지거리로 엉망진창이었지만, "치워야지"라는 생각만 할 뿐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핸드폰을 붙잡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한심했다.
머릿속으로는 "이러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행동으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씻지도 않고, 외출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루 종일 30보나 걸었을까?

무기력함이 온몸을 감쌌다.
나는 우울한 게 아니라 그냥 게으른 거라고 스스로를 탓했다.
"왜 이렇게 살지?" 잠깐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또 핸드폰을 집어 들고 있었다.
정말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노가다라도 뛰려면 체력이 있어야지.'
'놀더라도 치우고 놀자.'

그 순간, 정말 오랜만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저분한 주방을 보면서 천천히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모으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닦고, 그렇게 1시간 넘게 청소를 했다.

어느 정도 깨끗해진 주방을 바라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정말 오늘, 조깅을 나갔다.
비록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다짐했던 걸 지켜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이 조금은 대견했다.

오늘은 왠지 알차고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스스로를 위해, 다시 일어서기로 한 이 작은 시작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