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사라졌지만, 내 허벅지는 기억한다
오늘도 전쟁 같은 세차 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퇴근했습니다.
보통은 집에 오면 녹아내리기 바쁘지만, 저는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맸습니다.
제 몸은 소모품이 아니라, 앞으로 20년 동안 S&P500 시드머니를 벌어올 '자본 생산 설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큰맘 먹고 준비한 '새로운 장비(스마트워치)'를 차고 나갔습니다.
오늘의 생존 루틴은 [러닝]과 [케틀벨 스윙/스내치]. 특히 러닝은 요즘 핫하다는
'존2 러닝(Zone 2 Running)'을 제대로 해보기 위해 심박수 측정까지 준비했습니다.
1. 기계는 인간의 의지를 따라오지 못했다
비장하게 핸드폰과 연동(했다고 착각)하고, 밖으로 나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등줄기에 땀이 흐를 정도로 뛰었습니다.
러닝 후에는 케틀벨 스윙과 스내치로 전신 근육까지 털어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데이터가 기가 막히게 찍혔겠지?' 하고 시계를 본 순간.
심박수 117 bpm
...? 제 심장은 터질 것 같은데, 기계 속 제 심장은 평온하게 산책 중이더군요.
심지어 GPS 연동이 제대로 안 됐는지, 이동 거리도, 페이스도, 지도 경로도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오직 야속한 '걸음 수'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아는 동생 녀석은 핸드폰에 뛴 거리, 경로, 심박수 그래프까지 멋지게 뜨던데... 내 건 왜 안 되는 건지.
"나는 역시 아날로그 인간인가" 하는 자조 섞인 웃음만 나왔습니다.

2. 데이터는 0, 하지만 내 몸은 100
솔직히 허탈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뛰면서 그 예쁜 밤풍경이라도 영상으로 남겨둘 걸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블로그에 "제가 이렇게 뛰었습니다"라고 증명할 데이터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식 차트(기록)가 없다고 해서, 기업(본질)이 돈을 안 버는 건 아닙니다.
비록 스마트워치는 멍청해서 제 노력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제 허벅지와 심장(본질)은 오늘 흘린 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117이라고 찍혀 있어도, 실제 제 심장은 160으로 뛰었을 테니 제 '엔진'은 그만큼 튼튼해졌을 겁니다.
3. 다음엔 '제대로' 보여드립니다
오늘의 교훈은 명확합니다.
"투자는 무지성으로 해도 되지만, 기계 세팅은 지성으로 해야 한다."
집에 가서 매뉴얼 다시 정독하고, 핸드폰 연동 꽉 조여놓겠습니다.
오늘은 비록 러닝 기록이 공중으로 증발했지만, 다음번에는 거리와 심박수 그래프로 제 생존 신고를 확실하게 올리겠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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